-클래식-명품족도 똘똘한 S급이 주는 만족 무시 못해
제품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꼬리표처럼 ‘짝퉁’(모조품)이 따라붙는다. 명품 의류나 가방은 기본이고 시계,의류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유럽산 명품 브랜드는 계절별 시즌 제품이 나올 때마다 중국을 비롯해 국가마다 짝퉁이 생산, 유통돼 손쓰기조차 힘들다.
짝퉁 생산업자는 검경의 지속적인 수사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4월 18일에는 중국에서 만든 가짜 명품지갑 등을 정품인 것처럼 속여 판매해 26억 원을 챙긴 혐의로 30대 2명이 대구지방경찰청에
붙잡혔다.
4월 24일에는 2015년부터 4년 동안 온라인쇼핑몰에서 발렌시아가, 몽클레르, 고야드 등 각종 명품 브랜드 제품 2만2500 여점을
판매한 30대가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넘겨졌다.
판매한 모조품의 정품 가격 총액을 계산해보면 12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래식 명품은 진품 구입, 시즌 상품만 짝퉁 구입
짝퉁 생산업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판매를 계속하는 것은 이를 구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짝퉁을 사는 사람들도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거주하는 30대 워킹맘 이모 씨는 “명품 브랜드마다 대표적인 가방이 있다.
샤넬의 클래식 플랩백, 크리스챤 디올의 레이디 디올백 등이다. 명품 브랜드 대표 가방들은 500만~700만 원씩 하지만 10년, 20년
꾸준히 들고 다닐수 있어 아깝지 않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마다 그해 시즌에만 생산하는 제품을 200만~300만 원씩 주고 사기는 아깝다.
또한 그런 상품은 1~2년 후 유행이 지나면 들고 나가기도 민망하다. 그래서 시즌 백만 짝퉁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각종 명품 브랜드 가방과 신발을 구매하면서도 ‘가성비’가 좋아 짝퉁을 따로 구매하는 이가 적잖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워킹맘 박모 씨는 “친구가 베트남 호찌민에 거주하는데 이름난 A급 짝퉁 공급자로부터 수시로 구매한다.
딱히 필요한건 아니지만, 20만~30만 원에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어 몇 개 보내달라고 한다.
진짜 명품 가방도 10여 개 갖고 있기 때문에 짝퉁 몇 개 정도는 섞어서 들어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품 소재에 따라 짝퉁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 씨는 “젊었을 때는 짝퉁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우연히 친구 소개로 S급 짝퉁을 한번 산 뒤로 가끔 구입하고 있다.
명품 가방 브랜드의 경우 가죽 제품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캔버스 (천)로도 만드는데, 그런 건 제값 주고 사는 게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샤넬 도빌백이나 에르메스 에르백 같은 것이다. 동생이 에르백을 비오는날 들고 나갔다 결국 구매한지 1년만에 버린적이
있어 위로차 S급 짝퉁을 사줬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 매장 직원도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들 만큼 정교한 S급 짝퉁의 경우 비싼 값에도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다.
가격이 100만 원에 육박하는 S급에 선뜻 지갑을 여는 소비자도 적잖다.
구혜경 충남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짝퉁도 A급, B급으로 나뉘었지만 근래에는 S급이 주로 판매되는 경향을 보인다.
상류층은 1000만원 넘는 가방과 시계를 구매하면서도 신발이나 의류 등은 S급 짝퉁을 산다.
여력이 되지 않는 소비자는 10만~20만원 명품 카드지갑이나 키링은 제값에, 가방은 30만~50만 원짜리 S급 짝퉁을 구매한다.
소비계층이 양극화되면서 짝퉁시장에서도 ‘똘똘한 S급’이 주로 유통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들, 짝퉁을 인기 척도로 여겨
명품 브랜드들은 제품을 생산할 때 각각 시리얼 넘버 (일련번호)를 부여한다.
샤넬과 에르메스의 경우 제품의 깊숙한 곳에 어느 해에 생산한 것인지 알려주는 각인을 새긴다.
매장 관리자망에 해당 제품의 일련번호를 입력하면 언제 어디서 생산, 판매됐는지 이력이 뜬다.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는 일련번호를 보증서에 적어 제품과 함께 제공한다.
짝퉁 업자들은 이러한 일련번호와 보증서까지 그대로 베낀다.
명품 브랜드 생산업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짝퉁이 많이 나오는 제품일수록 인기가 높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시즌 제품이 수십 개인데 그 가운데 짝퉁이 많이 나오는 제품을 보고 다음 시즌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명품 브랜드의 경우 짝퉁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잠재된 고객으로 보고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가 설령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인을 가장 빠르게 판단하는 기준은 외형이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는 태생부터 계급이 나뉘었다면 오늘날은 자본이 계급을 가르는 척도가 된다.
사람은 대부분 부자가 되길 원하고 부자가 향유하는 명품을 갖고 싶어 한다.
짝퉁은 신분 상승의 욕구를 반영한 결과물이다. 소비자학에서는 이를 ‘비윤리적 소비’로 보지만 소비하는데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만큼 근절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관동아1186호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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